헌법

인간의 존엄과 가치 관련 판례 2

Gesetz 2022. 11. 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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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소년 성매수자의 신상공개와 일반적 인격권

 

신상공개제도는 해당 범죄인의 신상과 범죄행위를 일반에게 공개함으로써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행위에 대하여 일반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어 유사한 범죄를 예방하고 이를 통하여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를 살펴보면,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20조 제2항은 “성명, 연령, 직업 등의 신상과 범죄사실의 요지”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이미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이라는 공적 기록의 내용 중 일부를 국가가 공익 목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밝혀진 범죄인들의 신상과 전과를 일반인이 알게 된다고 하여 그들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신상과 범죄사실이 공개되는 범죄인들은 이미 국가의 형벌권 행사로 인하여 해당 기본권의 제한 여지를 일반인보다는 더 넓게 받고 있다. 청소년 성매수 범죄자들이 자신의 신상과 범죄사실이 공개됨으로써 수치심을 느끼고 명예가 훼손된다고 하더라도 그 보장 정도에 있어서 일반인과는 차이를 둘 수밖에 없어, 그들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도 그것이 본질적인 부분이 아닌 한 넓게 제한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법 제20조 제2항 제1호의 신상공개는 해당 범죄인들의 일반적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2. 헌법상 국민의 인간상(人間像)과 좌석안전띠 착용의무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헌재 1998. 5. 28. 96헌가5, 판례집 10-1, 541, 555 ; 헌재 2000. 4. 27. 98헌가16 등, 판례집 12-1, 427, 461)인바, 이는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이나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분자가 아니라, 공동체에 관련되고 공동체에 구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자신의 고유가치를 훼손당하지 아니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라 할 것이다. 헌법질서가 예정하고 있는 이러한 인간상에 비추어 볼 때, 인간으로서의 고유가치가 침해되지 않는 한 입법자는 사회적 공동생활의 보존과 육성을 위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는바,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여야 하는 의무는 이러한 범위 내에 있다.

 

 

 

3.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의미

 

졸업생의 성명, 생년월일 및 졸업일자 정보를 교육정보시스템(NEIS)에 보유하는 행위와 일반적 인격권 -> 헌법 제17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4.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헌법상 근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헌법상 근거로는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헌법 제10조 제1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근거를 둔 일반적 인격권 또는 위 조문들과 동시에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규정 또는 국민주권원리와 민주주의원리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으로 보호하려는 내용을 위 각 기본권들 및 헌법원리들 중 일부에 완전히 포섭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헌법적 근거를 굳이 어느 한 두개에 국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이들을 이념적 기초로 하는 독자적 기본권으로서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기본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 중 열 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과 경찰청장이 청구인들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되어 있는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이하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가 범죄자 등 특정인만이 아닌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정보를 수집하여 보관하도록 한 것은 신원확인기능의 효율적인 수행을 도모하고, 신원확인의 정확성 내지 완벽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또한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범죄자 등 특정인의 지문정보만 보관해서는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경우와 같은 수준의 신원확인기능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점, 개인별로 한 손가락만의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그 손가락 자체 또는 지문의 손상 등으로 인하여 신원확인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그 정확성 면에 있어서도 열 손가락 모두의 지문을 대조하는 것과 비교하기 어려운 점, 다른 여러 신원확인수단 중에서 정확성·간편성·효율성 등의 종합적인 측면에서 현재까지 지문정보와 비견할만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는 피해 최소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로 인하여 정보주체가 현실적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하여 경찰청장이 보관·전산화하고 있는 지문정보를 범죄수사활동, 대형사건사고나 변사자가 발생한 경우의 신원확인, 타인의 인적사항 도용 방지 등 각종 신원확인의 목적을 위하여 이용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는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결국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6. 자(子)는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도록 한 것

 

입양이나 재혼 등과 같이 가족관계의 변동과 새로운 가족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구체적인 사정들에 따라서는 양부 또는 계부 성으로의 변경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짐에도 부성의 사용만을 강요하여 성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

 

 

 

7. 태아의 생명권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8. 부모의 태아성별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에는 각 개인이 그 삶을 사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자율영역에 대한 보장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장래 가족의 구성원이 될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국가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부모의 권리는 이와 같은 일반적 인격권에 의하여 보호된다.

 

 

 

9. 의료인에 대하여 태아성별고지 금지의무를 규정한 구 의료법 제19조의2

 

위 조항은 낙태, 특히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된 것이다. 그런데 위 조항이 낙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임신 후반기에 이르러서도 태아에 대한 성별 정보를 태아의 부모에게 알려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원칙을 위반하는 것이고, 이와 같이 임신후반기 공익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거의 제기되지 않는 낙태 불가능 시기 이후에도 임부나 그 가족의 태아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법익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10. 참전 민간인에 대한 보상입법의 형성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헌법이념의 핵심이고, 국가는 헌법에 규정된 개별적 기본권을 비롯하여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까지도 보장하여야 하며, 이를 통하여 개별 국민이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확보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자유와 권리의 보장은 1차적으로는 헌법상 개별적 기본권규정을 매개로 이루어지지만, 어떠한 법률이 기본권제한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거나 기본권형성에 있어서 최소한의 필요한 보장조차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다면 이러한 법률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되는 것이다. 헌법 제32조 제6항과 헌법전문에 담긴 헌법정신에 의하면 국가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창설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가유공자 등을 예우할 포괄적인 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헌법정신으로부터 직접 참전민간인이 국가에 대하여 일정한 계급인정과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권리는 국가의 입법을 통하여 비로소 형성되고 구체화 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는 이러한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를 가지며 이러한 법률은 기본권 형성에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만 관련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게 된다.

 

 

 

11.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하여 의료기관에게 환자들의 의료비 내역에 관한 정보를 국세청에 제출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경우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하여 의료기관에게 환자들의 의료비 내역에 관한 정보를 국세청에 제출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소득세법 제165조 제1항 중 ‘조세특례제한법’을 제외한 부분과, 소득세법 제165조 제4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216조의3 제1항 제3호 본문,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령조항’)에 따라 근로소득자인 청구인들의 진료정보가 본인들의 동의 없이 국세청 등으로 제출·전송·보관되는 것은 위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이 사건 법령조항은 의료비 특별공제를 받고자 하는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을 위한 소득공제증빙자료 제출의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이에 따른 근로자와 사업자의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부당한 소득공제를 방지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고,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연말정산에 필요한 항목 등을 제출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그 방법의 적절성 또한 인정된다. 또 소득공제증빙서류를 발급받는 자는 본인의 의료비내역과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자료집중기관이 국세청장에게 소득공제증빙서류를 제출하기 전까지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소득자 내지 부양가족 본인만이 자료를 조회하고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 사건 자료제출제도가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에 대한 제한이 최소화되도록 제반 장치를 갖추어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이 필요최소한 범위 내에서 제한되도록 피해최소성의 원칙을 충족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법령조항에 의하여 얻게 되는 공익이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인 사익보다 커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령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12. 개인의 명예에 관한 권리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에는 개인의 명예에 관한 권리도 포함된다.

 

 

 

13.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 또한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14. 검사의 ‘혐의없음’ 불기소처분 경우에도 일정 기간 수사경력자료를 보존하는 것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는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은 피의자가 검사로부터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경우 혐의범죄의 법정형에 따라 일정기간 피의자의 지문정보와 함께 인적사항·죄명·입건관서·입건일자·처분결과 등 개인정보를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국가는 이를 범죄수사 등 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용도에 이용하고 있는바, 위 수사경력자료에 관한 정보는 개인의 명예와 관련되어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이므로 이러한 정보의 이용을 전제로 보관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위 조항은 피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그런데 이는 재수사에 대비한 기초자료를 보존하여 형사사법의 실체적 진실을 구현하고, 형사사건 처리결과를 쉽고 명확히 확인하여 수사의 반복을 피함으로써 수사력의 낭비를 막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그 이용범위가 제한적이고 정보의 누설이나 법령이 규정한 목적 외 취득·사용이 엄격히 금지되며, 그에 위반 시 형사처벌될 수 있는 점, 법정 보존기간이 합리적 범위 내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15.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

 

1) 연명치료의 중단은 생명권 주체인 환자 본인의 의사를 떠나서 정당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이익’은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둔 자기운명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으로 포섭될 수 있다.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은 생명단축과 관련된 결정이므로 이를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생명권 보호에 관한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생명권 못지않게 우리 헌법상 최고의 가치를 이루고 있다 할 것이므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생명은 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죽음이란 삶의 마지막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삶의 또 다른 형태라 할 것이므로 모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2)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전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에 의존하여 연명할 수밖에 없고,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까지 상실되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하여서도 연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므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의학적인 의미에서 치료의 목적을 상실한 신체침해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 및 실행이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임의적 처분인 자살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인위적인 신체침해 행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명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기고자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를 대비하여 미리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이라는 환자의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

 

 

 

16. 혼인빙자간음죄의 형사처벌(형법 제304조)

 

1.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는 형사처벌로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나아가 남성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한다.

 

혼인빙자간음죄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남성이 폭력 등 해악적 방법을 수반하지 않고서 여성을 애정행위의 상대방으로 선택하는 문제는 국가의 개입이 자제되어야 할 사적인 내밀한 영역이고 그 속성상 과장이 수반되게 마련이어서 우리 형법이 혼전 성관계를 처벌하지 않는 이상 혼전 성관계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 유도행위 또한 처벌할 이유가 없다. 여성이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 후 자신의 결정이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대방 남성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행위이다. 또한 혼인빙자간음죄가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 일체를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로 낙인찍어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보호대상을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로 한정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남성우월적 정조관념에 기초한 가부장적·도덕주의적 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셈이 된다. 결국 혼인빙자간음죄는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유아시함으로써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사실상 국가 스스로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 되어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한다.

 

2.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해 준다 하더라도,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국가는 간섭과 규제를 가능하면 최대한으로 자제하여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며,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법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겨나 여성의 착오에 의한 혼전 성관계를 형사처벌할 필요성은 미미해졌고, 성인의 성관계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명백히 사회에 해악을 끼칠 때에만 법률이 이를 규제하면 충분하다. 사생활에 대한 비범죄화 경향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의 약화, 혼인빙자간음 고소 및 그 취소가 남성에게 보복하거나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형사처벌로 인한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혼인빙자간음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의 최소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3.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인 반면, 보호의 실효성이 현격히 저하된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들만의 ‘성행위 동기의 착오의 보호’라는 추구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기본권보다 중대하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다.
따라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잉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되고, 형법 제304조의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종전의 합헌결정(헌재 2002. 10. 31. 99헌바40등)을 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에서 변경한다.

 

 

 

17. 배아 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이 일반적 인격권으로서 헌법상 권리인지 여부

 

배아생성자는 배아에 대해 자신의 유전자정보가 담긴 신체의 일부를 제공하고, 또 배아가 모체에 성공적으로 착상하여 인간으로 출생할 경우 생물학적 부모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므로,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이러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은 헌법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의 한 유형으로서의 헌법상 권리라 할 것이다.

 

 

 

18. 배아의 보존기간을 5년으로 하고 보존기간이 경과한 배아를 폐기하도록 규정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 제2항

 

배아의 경우 형성 중에 있는 생명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해 국가에 의한 적극적인 보호가 요구된다는 점, 배아의 관리·처분에는 공공복리 및 사회 윤리적 차원의 평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제한의 필요성은 크다. 그러므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자기결정이라는 인격권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배아의 법적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명백히 배치될 경우에는 그 제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위 법률조항이 배아의 보존기간을 5년으로 하고 보존기간이 경과한 배아를 폐기하도록 규정한 것은 배아에 대한 관리부실과 그 부적절한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며,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점, 5년 동안의 보존기간이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아를 이용할 기회를 부여하기에 명백히 불합리한 기간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배아 수의 지나친 증가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및 부적절한 연구목적의 이용가능성을 방지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성의 정도가 배아생성자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됨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에 비해 작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법률조항이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거나 법익의 균형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

 

 

 

19. 법원의 제출명령이 있을 때 그 사용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거래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단서 중 제1호의 ‘법원의 제출명령’에 관한 부분

 

위 조항은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확인되는 실체적 진실에 따라 법적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고, 제공되는 거래정보 등의 범위를 ‘사용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하여 표준양식에 의하여 금융기관의 특정점포에 이를 요구하도록 하는 한편,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당사자는 법원의 제출명령에 즉시항고 할 수 있고, ‘사용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관한 판단을 사법기관인 법원에 맡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 그 외 ‘법적 분쟁의 공정한 해결’이라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체수단도 없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위 조항으로 인하여 개인정보의 주체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법적 분쟁의 공정한 해결’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0.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9호 중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활동한 행위’ 부분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러·일 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를 위하여 행한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하여 역사의 진실과 민족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함에 있는바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조선총독부 중추원이 일제의 식민지정책을 정당화, 합리화하는 기능을 수행하여 왔다고 평가되는 점에 비추어 위 법률조항은 위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 된다. 위 법률조항을 포함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반민규명법’)은 여러 차례 개정안이 발의되어 수회의 공청회 및 토론회 등을 거친 후 국회에서 가결된 것으로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적 숙의과정 및 공론적 토대로부터 성립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원칙적으로 그 입법적 판단을 존중함이 옳은 점,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활동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예외 없이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받는 것도 아닌 점, 조사대상자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에 참여 또는 지원한 사실이 있는 때에는 이러한 사실을 함께 조사하도록 하는 등 조사대상자 등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으며,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하여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있도록 공동체의 윤리를 정립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대성은 막대한 반면, 위 법률조항으로 인해 제한되는 조사대상자 등의 인격권은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조사보고서와 사료가 공개됨으로 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

 

 

 

출처 : 헌법재판소 판례요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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